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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에게 ‘심심하다’는 말은 어쩌면 낯선 감정이 되어가고 있다. 잠시라도 시간이 비면 스마트폰을 꺼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짧은 영상을 넘겨보고, 친구들의 SNS를 확인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몇 분, 학원 수업을 기다리는 시간,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운 순간에도 스마트폰은 자연스럽게 손에 들려 있다. 우리는 빈 시간을 견디기보다 무엇인가로 채우는 데 익숙해졌다.

그런데 어떤 날 문득 ‘빈 시간을 견디기 위해 왜 휴대폰을 찾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심심함을 가장 빠르게 없애주는 도구다. 한번의 터치로 화면이 켜지고, 재미있는 영상이 끊임없이 나오고,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오며, 친구에게 메시지가 도착한다. 내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제공한다.

특히 짧은 영상 콘텐츠는 짧은 시간에도 강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은 분명 편리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에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없는 순간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확인하고, 식사를 기다리면서 영상을 보고, 공부하다 잠시 쉬는 순간에도 화면을 바라본다. 심지어 스마트폰 알림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습관적으로 화면을 확인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생활 속에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무조건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유를 한 번씩 되새겨보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확인하는 것일까?” “친구와 급한 연락을 해야 해서 보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심심해서 습관적으로 화면을 켠 것일까?”

이 질문만으로도 스마트폰과 나의 관계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심심함은 생각보다 중요한 시간이다. 우리는 흔히 바쁜 하루만이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수업을 듣고, 학원에 가고, 숙제를 하고, 시험을 준비한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고 친구들과 대화한다. 때로는 문제를 푸는 것도 핸드폰 또는 패드를 이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은 항상 바쁘게 움직일 때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머릿속에서 여러 생각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도 한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샤워를 하다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답이 생각나는 경험도 있다. 이는 우리의 뇌가 잠시 쉬면서 그동안 받아들인 정보를 정리하고 새로운 생각을 연결하는 과정과 관련이 있다. 창의력 역시 마찬가지다.

창의력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고,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그런데 매 순간 외부에서 새로운 정보와 자극을 받아들인다면 스스로 질문하고 상상할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심심해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구름 모양을 상상해 본 경험, 버스를 기다리며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본 경험, 혼자 걸으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려 본 경험은 모두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할 권리만이 아니다. 현실은 쉽지 않겠지만 건강하게 쉴 권리와 스스로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짧은 시간이라도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영상처럼 외부에서 계속해서 자극을 받는 활동에서 잠시 벗어나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산책을 할 수도 있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려도 좋다.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어도 괜찮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거창한 실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대폰을 보지 않고 주변 풍경을 관찰해 보는 것이다. 잠들기 전 10분 동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하루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산책하거나 친구와 만나 대화를 나누며 화면 없이 시간을 보내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자꾸 휴대폰을 확인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조금만 견뎌보자.

처음에는 심심했던 시간이 어느 순간 생각하는 시간이 되고, 생각하는 시간이 새로운 관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앞으로 무엇을 해보고 싶지?” 평소에는 스마트폰 화면에 묻혀 있던 질문들이 조금씩 떠오를 수 있다. 심심함은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청소년기는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어떤 과목을 잘해야 하는지, 어떤 진로를 선택할지, 어떤 대학에 갈지 고민한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관심을 충분히 들여다볼 시간 없이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어려울 수 있다. 심심한 시간은 바로 그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는 대신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SNS 속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대신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일수록 정보를 많이 아는 능력만큼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정보를 찾아주고, 추천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주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기계가 답을 찾아주는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아무것도 없는 시간 속에서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심심하다’는 감정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