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을 이끄는 사람은 이시바 시게루다. 2024년 10월, 자유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그는 곧바로 국회 표결을 거쳐 총리 자리에 올랐다. 방위상, 농림수산상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정치 베테랑답게 경험은 풍부하지만, 총리직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그는 한두 번 도전해서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다. 다섯 차례의 도전 끝에 총리에 오른 만큼, 그의 집념과 정치적 생존력은 일본 정계에서도 유명하다. 취임하자마자 그는 ‘제103차 이시바 내각’을 구성했고, 자민당과 공명당이 손잡은 연립정부 형태로 국가 운영을 시작했다.
이시바가 총리가 된 이후 일본은 국내외에서 동시에 복잡한 문제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먼저 8월 초, 일본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폭 투하 80주년을 맞았다. 두 도시는 전 세계에서 핵무기의 참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히로시마 평화기념식에서 이시바 총리는 “핵 없는 세계”를 강하게 호소했다. 나가사키에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지만, 냉정하게 말해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미·중 갈등 등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일본이 전범국가였다는 역사와 동시에 유일한 핵 피해국이라는 현재를 동시에 짊어진 상황에서, 총리의 발언은 그 어느 때보다 상징성과 무게감을 갖는다.
하지만 일본의 시선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최근 일본 정부는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월, 호주와 65억 달러 규모의 군함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14년 무기 수출 금지를 해제한 이후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미쓰비시 중공업이 모가미급 다목적 호위함을 건조해 호주 해군에 제공할 예정이다. 동시에 일본은 최신예 F-35B 스텔스 전투기를 미야자키현 기지에 처음으로 배치했다. 정부는 2026년까지 4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정세, 북한의 미사일 발사, 러시아와의 북방영토 문제 등 안보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이지만, 일각에서는 ‘평화헌법’을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재무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재해 문제도 일본을 괴롭히고 있다. 7월, 가고시마현 토카라 제도 인근에서 2주 동안 1,300회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부 주민들은 대피했고, 일본 전역에서 ‘곧 대지진이 온다’는 소문이 퍼졌다. 심지어 오래된 만화 속 예언 장면을 근거로 삼아 불안을 확산시키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정부는 “추가 지진 가능성은 있지만, 근거 없는 종말론에 휩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지진이 많은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또 한 번의 큰 재앙’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간다.
일본 사회가 직면한 또 하나의 거대한 문제는 인구 감소다. 2024년 한 해에만 90만 명 이상이 줄었다. 출산율 하락과 고령화, 지방 소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경제와 사회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노동력 부족을 메우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엘론 머스크는 아예 “AI가 아니면 일본의 인구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빈집이 늘어나는 시골 마을, 젊은 세대의 도시 집중, 세금 기반 약화, 돌봄 인력 부족 등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사회 안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도쿄의 권투 경기장에서 두 명의 선수가 뇌손상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포츠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 안전 규정 강화와 경기 방식 변화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프로 스포츠는 원래 위험을 감수하는 무대”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관객의 오락을 위해 선수들이 목숨을 걸도록 방치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일본은 정치, 외교, 군사, 자연재해, 인구 위기, 사회 안전 문제까지 한꺼번에 떠안고 있다. 총리로서 이시바가 풀어야 할 숙제는 단순하지 않다. 그는 세계 무대에서 평화를 외치면서도, 국경과 바다를 지키기 위해 무장을 늘려야 한다. 국내에선 사라져 가는 마을을 살리고, 청년층을 붙잡아야 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폭우·폭염과 언제 닥칠지 모를 대규모 지진에 대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결국 지금의 일본은 ‘다층 위기’ 속에 있다. 어느 한 가지 문제만 해결해도 숨통이 트이기는커녕, 다른 문제들이 곧바로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도 없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며, 때로는 정치적으로 불편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시바가 그걸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일본에는 멈춰 설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