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재보호법으로 규정된 ‘민속마을’이나 ‘전통한옥마을’이 아니더라도, 최근 일부 지자체 중심으로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이나 신규 거주자 유입 등의 목적으로 한옥이 밀집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유행이다. 북촌한옥마을처럼 역사적, 전통적인 근대 한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전주한옥마을이나 송도한옥마을처럼 관광용, 상업용 목적에 더욱 충실하게 확장, 발전시킨 곳도 있다. 한편, 은평한옥마을처럼 은평뉴타운 아파트 단지 개발과 더불어 북한산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현대식 한옥이 어우러진 대규모 한옥 전용 주거 단지를 조성한 곳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이 51.1%에 달하고, 아파트 외에도 빌라,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를 건설하는 주된 재료는 콘크리트와 철근이며, 다른 대부분의 공동주택 역시 마찬가지 재료를 쓴다. 이와 달리 한옥마을의 경우는, 새로 들어서는 한옥 주택과 한옥 상가도 대부분 목조 구조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목재 제품 마감을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코팅제들은 목재 고유의 특성을 저해하거나 감추는 단점들이 있다. 한옥은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목재 건축물로서의 매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는데, 이러한 단점들은 심미적 요소를 중시하는 현대 한옥 소비자들의 수요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 한옥의 멋이 반감되고 한옥에 거주하려는 사람들의 동기가 감소한다면 지역사회는 한옥마을 조성에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고 이는 한옥 문화 소멸로도 이어질 수 있다.
조선 시대에 궁궐의 단청에도 발랐다는 천연 코팅제 명유는 지금도 전통적인 목재 코팅에 많이 사용되지만 생산성이 낮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명유는 볶지 않은 생들깨를 짜낸 들기름으로 만드는데, 수분 때문에 목재가 썩는 것을 막아준다. 예전에는 들기름에 밀타승(일산화납), 활석(무르고 부드러운 규산염 광물), 백반(명반석을 가공하여 얻은 결정형의 약재)을 넣고 뭉근한 불로 끓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조 장인들이 차츰 사라지면서 문헌 속에만 남게 되었다가, 현대 과학자들이 사료를 바탕으로 복원하였다. 요즘 사용하는 석유화학 코팅 제품이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뿜어 아토피 등을 유발하는 것 대비 친환경적이고 안전하지만, 대량 생산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은평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우리 학교 친구들은 지역 연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존의 명유를 대체할 천연 코팅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국토교통부 건축문화경관과의 한옥 건축 기준 제4조(주요구조부) ‘5. 외기에 접하는 목재에는 방습ㆍ방부ㆍ방염 등을 위하여 오일스테인 및 우드스테인 등을 도포하거나, 그 이상의 효과를 가진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은평한옥마을에서는 발수제(오일스테인)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명유의 대체재로 기존에 사용 중인 합성물질 오일스테인과, 천연왁스 중 항균성이 검증된 소이왁스 및 밀랍까지, 세 가지 재료에 대한 색변화, 방수성, 항균성 부문의 장단점을 비교 및 탐구하였다. 오일스테인은 투명 착색제 중 하나로, 실내 또는 실외 목재 도포용의 도장착색제이다. 스테인의 종류는 성분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오일스테인은 소재를 거칠게 하지 않고 목재로의 침투성이 크며 퇴색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변에 얼룩이나 주름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소이왁스는 콩과 콩의 기름으로 만들어진 천연왁스로, 연소될 때 그을음과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다. 밀랍은 일벌의 배 아래쪽에서 분비되는 노란색 물질인데, 일벌은 이 밀랍을 이용해 벌집을 만든다. 밀랍을 녹인 다음 여과기를 통해 불순물을 걸러내면 천연왁스로 사용할 수 있다. 소이왁스와 밀랍은 모두 친환경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데, 천연왁스는 현재 다양한 목재 가구 등의 코팅제로 활용되고 있어 방수성과 항균성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으나, 이를 한옥 목재에 적용시킴에 있어 ① 우리 전통 양식을 담은 고유건축물로써 한옥의 뛰어난 미적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색변화에 미치는 유의미한 영향, ② 산업 발전에 따른 대기 내 유해가스 비중 증가와 산성비 심화 환경에서, 우천이나 누수 시 목재에 부식이 일어나는 것을 최소화하여 한옥 유지 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방수 효과의 정도, ③ 내부에 사람이 상시 거주하는 가옥에 사용할 때 거주인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유발 균이 서식하기 부적합한 항균 효과의 유무 등을 조사하였다.
색변화 실험에 있어서는, 코팅제를 바른 후 시간이 지남에 따른 목재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함과 더불어, RGB 값을 도출하는 방법으로 코팅 전과 비교해 변화도를 따져보았다. 코팅제의 핵심 요소인 방수 능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코팅제를 바른 목재를 물에 담가 일정 시간 간격으로 그 무게를 측정한 후 산점도와 추세선을 나타내 비교해 보고, 시간에 따른 무게 증감간의 관계는 선형 회귀분석을 통해 검증하였다. 독립변수(시간)과 목재의 무게 간 상관성이 있는지에 대해 R 프로그램을 이용한 가설검정을 따로 진행하였는데, 관측값의 개수가 다소 부족해 정확한 모델을 도출해내는 것에 한계가 존재하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가지 코팅 목재 모두 회귀직선이 통계적 유의성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재료마다 함유되어 있는 천연 항균 물질의 항균력은 디스크 확산 실험을 통해 비교하였는데, 알레르기와 피부염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구균을 균주로 사용하여 콩에 포함된 이소플라본과 밀랍 속 프로폴리스의 균 생장 억제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항생제가 포함된 디스크를 배지 위에 올려놓았을 때 확산되거나 억제되는 농도기울기를 측정하였다.
실험 결과, 각 코팅제별 시간에 따른 무게 증가율, 즉 회귀직선의 기울기는 소이왁스, 밀랍, 우드스테인 순으로 나타나, 방수성에 있어서는 소이왁스가 가장 우수함이 증명되었다. 항생제가 없는 우드스테인이 확산된 배지에는 억제대가 형성되지 않아 균이 정상적으로 증식했고, 밀랍과 소이왁스 중에서는 소이왁스의 항균 효과가 더 좋았다. 각 재료를 코팅한 목재의 곳곳에 점을 찍고 RGB 값을 확인해 보기로는 우드스테인의 색변화가 가장 적었고, 밀랍, 소이왁스 순으로 변화가 컸다. 하지만 ‘미관’이라는 가치를 개인의 입장에서 판단하여 수치화하기 어려운 데다, 개인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편차가 심하므로, 단순히 기존 목재에서 얼마나 색이 변하였는지 측정하는 것은 미관의 아름다움을 평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목재의 변색에는 코팅제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며, 이 중에는 목재의 수분 응축 정도와 균의 생장 또한 포함되는데, 이러한 요인들에 의한 색변화는 코팅제로 인한 단순한 색변화와는 다른 양상을 띄는 데다 산발적이며 어두운 반점 형태의 변색을 포함하므로, 미관을 해치기로는 더욱 위험하다. 이러한 부분을 포괄적으로 고려해 천연 코팅제 선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방수성, 항균성, 색변화 순으로 가중치를 부여하였고, 그 결과 소이왁스가 명유를 대체할 아주 효과적인 천연 코팅제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소이왁스는 콩과 콩기름으로 제조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고 생산성도 높으며 인체에도 무해하다. 소이왁스를 도포했을 때 목재 고유의 결 선명도가 줄어들고 RGB 값이 증가하며 전체적인 채도가 감소하는 점이 있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 소이왁스를 실제 목재 코팅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화학적인 공정을 추가로 거쳐 한옥의 미를 살리는 동시에 목재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학교가 위치한 지역 사회의 특징적 건축을 살펴보고, 이를 친환경적으로 보완, 개선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연구 조사와 실험을 진행한 내용을 기사로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