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이 흥미로운 <퀴어미학-공연문화 퀴어 읽기>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예술을 좋아하고 다른 장르의 문학보다 특히 희곡 읽기를 좋아하는데 관심을 끄는 책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사회적으로 퀴어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퀴어 문화를 지향해 온 예술가들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동성애를 양지로 끌어올려 주류의 반열에 어느 정도 올려놓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동성애를 다룬 공연문화에 있어 세 가지 흐름을 형성하는 뮤지컬, 연극, 셰익스피어 공연 및 영화 등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크게 3부로 구성되어있으며 각 부의 1장에서는 주류가 표현한 동성애 묘사의 실체를 지적하고, 2장에서는 주류의 묘사에 직간접적으로 대응했던 (비)주류 작품이 은밀하게 혹은 과감하게 이성애자, 동성애자 모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작품이었으며 마침내 주류/비주류의 이분을 허물며 게이 르네상스를 실현하게 된 원동력이었음을 입증한다. 3장에서는 각 분야의 대표적 공연/영화를 통하여 퀴어 읽기의 실천적 일례를 들고 있다. 학술논문에 가까운 내용이라 간략하게 요약하는 것이 어려워 각각 1부, 2부, 3부로 내용을 세 번에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1부 뮤지컬
1장. 주류의 직간접 묘사-상업적 역이용에서 이중 마케팅 전략에 이르기까지
1차 대전 후 이성애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프로이트의 견해와 페미니즘, 재즈가 다소간의 성의 해방을 가져오면서 뉴욕, 뉴올리언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동성애자들이 하위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지만 곧 검열의 칼날이 드리워졌고 억압의 메커니즘은 냉전 후반의 민권운동 이후에야 무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새로운 소재를 찾는데 분주한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는 오히려 검열로부터의 자유를 역이용하는 전통을 일구기 시작했다.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동성애가 간접적인 묘사에서 직접적인 묘사로 강도를 더해 가는 사실과 별도로 동성애가 긍정적으로 묘사되기는커녕, 자극적인 설정으로 동성애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특히 영화 분야에서 심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극중에서 동성애자는 유색인종이며, 여성적이고, 심리학자에게 상담을 받아야 하는 정신이상자로 표현되는 작품의 수가 많아지면서 백인/이성애 중심주의가 자리잡게 되었다. 동성애의 존재는 더 이상 부인되지 않았지만 이중 마케팅 전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날조된 공공연한 동성애가 구성되었다. 동성애 성향의 관객들에게는 그들이 받아들여지기 위한 감정적 필요를 제기하는 제품을 팔고, 이성애 성향의 관객에게는 그들이 지배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욕구를 만족시키는 동성애 이미지를 파는 것이다.
2장 주류의 은밀한 우회
상업적 동기의 이중 마케팅 전략으로 동성애의 부정적 묘사가 강도 있게 재현된 몇몇 대작을 제외하면 뮤지컬은 동성애와 무관한 것으로 간주되었지만 실제로는 게이 감성을 읽어내지 못한 경우가 더 일반적이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 첫 예가 바로 게이 감성에서 비롯된 뮤지컬음악인데 음악에 있어 게이 감성의 실체는 작곡 때문에 모호한 점이 있지만 작사가의 성적 성향이 그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선택하는 텍스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몇몇 비평가들은 대표적인 게이 작곡가들의 작품을 예로 들어 그들이 이성애자 작곡가들 보다 더 보수적이며 접근이 용이한 곡을 쓴다고 일반화하기도 한다.
또한 게이는 ‘쇼 퀸’이라 칭해질 만큼 음악, 뮤지컬, 특히 디바 뮤지컬 선호도가 강하다. 일례로 주디 갈런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이 대표적이다. 남녀의 러브 스토리가 전개되는 영화나 뮤지컬의 남성 주인공도 아닌 디바가 게이 아이콘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은 다양한데, 게이들이 여성 스타의 삶이나 출연한 작품에서 게이 삶의 특정 양상을 보았다면 그러한 여배우나 작품은 하위문화의 토대를 제공하기에 아이콘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전통적인 여성적 역할에서 일탈한 디바 뮤지컬의 디바가 게이 관객의 상상 속에서 남성이 되는 정신분석학적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게이가 영화 속 디바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남성 배우를 향한 사랑을 대리 충족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한 게이 베스트 음악 10위에 랭크된 음악 목록을 살펴보면 두드러진 공통점은 남성 코러스 라인의 등장이다. 컬처 클럽, 빌리지 피플, 마돈나의 뮤직 비디오에 등장하는 남성 코러스 라인이 연출하는 호모에로티시즘에 게이들은 열광한다..
3장 퀴어 읽기한 디즈니 뮤지컬 영화 <라이온 킹> 3부작
<라이온 킹>(1994)은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헨리4세>를 혼합하여 각색한 작품이며 여성, 유색인종의 위치와 대비시켜 동성애자가 백인, 이성애 중심주의적 가부장적 사회에서 어느 서열에 놓여야 하는지를 보여 준 작품이다. 어린 심바는 아버지 무파사에게 그들이 사는 프라이드 랜드의 법칙을 배우지만 삼촌 스카는 아웃 랜드의 하이에나들과 결탁한 뒤 심바를 이용해 무파사를 살해하여 죄를 뒤집어 쓴 심바는 프라이드 랜드에서 달아나 아웃 랜드 영역을 지나서 몽구스 티몬과 멧돼지 품바와 함께 살아가는데 티몬과 품바의 대안적인 삶에는 동성애 코드가 가득하다. 성장한 심바는 결국 티몬과 품바의 도움으로 프라이드 랜드를 되찾고 왕국의 왕이 된다는 내용인데 이러한 순환 메커니즘이 시사하는 바는 앞서 언급한 동성애를 포함, 여성/인종 차별주의를 이용하여 보수 이데올로기를 다지려는 디즈니의 전략이라 볼 수 있다.
<라이온 킹 II>(1998)에서는 단선적 오이디푸스 구조와 가부장제가 더욱 노골적으로 극대화 되었고, <라이온 킹 III>(2004) 는 티몬과 품바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게이 로드무비 형태를 띠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