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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고등학생이 진정한 의미의 ‘독서’를 하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입시’를 위한 독서가 아닌, ‘인생’을 위한 독서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싶어 읽게 된 책인데, 얇은 책이지만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창작과 비평’ 50주년 특별기획, ‘공부의 시대’ 라는 강연에 참여한 5명의 저자들의 강연록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 중 하나로, 독서광으로 소문난 전 대법관 김영란 교수의 ‘자신을 만든 독서에 대한 이야기’ 이다.

1956년 부산 출신인 저자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2004년 우리 나라 사법사상 최초로 여성 대법관이 되었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켰던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 입법에 힘썼다. 현재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저술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책 읽기의 쓸모’에 대한 강연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전공이나 직업과는 상관없는 즉 ‘써먹지 않는 독서의 쓸모’를 찾아보려는 것이 본인의 목표라고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거의 누구나 처음으로 접하는 책은 대개 동화책인데 왜 아이들에게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읽히는 걸까?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의 발달을 돕는다고 한다. 또한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세계의 구조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 속에서는 가족도 나오고 이웃도 나오고 동물, 산, 시냇물, 또 왕자, 임금님까지도 나오기에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세계의 구조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힘을 키워준다고 한다. 지식을 쌓는 독서에만 집중하다보면 이 세계가 어떤 상태에 처해 있고 어떻게 움직여가는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게 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사춘기 시절 우연히 읽게 된 독일 소설가 토마스 만의 중편 소설인 ‘토니오 크뢰거’ 로 인하여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게 된 저자의 경험을 소개하는데 이를 ‘이분법 놀이의 시작’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토니오 크뢰거는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한스 한젠이라는 친구를 좋아한다. 우등생인데다 운동까지 잘 하고 부잣집 아들이기까지 한 한젠과는 달리 크뢰거는 갈색빛이 도는 피부에 검은 눈을 가졌으며 평범한 집안의 아들이다. 한젠 같은 완벽한 사람은 ‘세상을 사는 사람’으로, 크뢰거는 ‘완벽한 사람을 동경하면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모든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보게 되면서, 저자 자신은 크뢰거같은 부류의 사람이라 여기고, 세상 밖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분법의 확장선 상에서 읽은 프랑스 소설가 미셸 뚜르니에의 ‘흡혈귀의 비상’ 이라는 책에서는 자아주의자와 허구주의자, 일차적 인간과 이차적 인간으로 나눌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이분법이라고 하면 빠뜨릴 수 없는 책, 이사야 벌린의 ‘고슴도치와 여우’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 자신의 삶 속에서 책 읽기와 직업을 늘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분법 놀이를 해오다가 어느 날 시카고 로스쿨 교수인 마사 누스바움의 ‘시적 정의’를 읽고 저자가 읽어온 책들이 ‘공감’이라는 훈련을 시켜주어서 저자가 현실에서 사건을 보고 판결하는 자세에 영향을 주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어슬러 르 귄의 ‘빼앗긴 자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의 독서 경험을 소개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한한 세상 속을 여행하는 일이면서 보르헤스의 말처럼 나 자신을 찾는 일이며, 세상을 통해서 나 자신을 찾는 공부라고 이야기하면서 ‘책 읽기의 쓸모’에 대한 결론을 내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매력적인 책 제목과 얇은 책 두께에 현혹되어 읽은 책인데,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도서목록의 수준이나, 저자의 독서 후 해석 방법은 아직 독서력이 한참 딸리는 고등학생이 이해하기엔 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세지는 전달 받았다고 생각되기에 관심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