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론산업·귀농 지원·기본소득을 연결해 ‘살 이유가 있는 지역’을 만드는 전남 곡성군의 실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에 사람을 불러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정착하려면 안정적인 소득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새로운 산업의 기반도 필요합니다.
전남 곡성군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지역의 기존 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드론을 새로운 지역 특화산업으로 육성하는 한편, 귀농·귀촌 지원과 소득 지원 정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의 소득 기반을 넓히는 정책과 미래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에서 앞선 사례들과 또 다른 접근법을 보여줍니다.
농촌에도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했다
농촌지역의 인구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일자리 부족은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서는 농업과 관련된 일자리뿐 아니라 청년과 외부 인구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 산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곡성군이 주목한 분야 가운데 하나가 드론산업입니다.
드론은 농업뿐 아니라 방제, 측량, 영상촬영, 안전관리,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곡성군은 이러한 가능성을 지역의 새로운 산업 기반으로 연결하기 위해 드론 관련 기업과 인재를 육성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산업을 접목해 지역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의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농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드론 특화산업’
드론산업은 농촌지역과도 접점이 있습니다.
농업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하면 농작물 관리와 방제 등 기존 농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드론 조종과 정비, 교육, 관련 서비스 등 새로운 직업 영역도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곡성군이 드론을 단순한 체험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의 특화산업으로 바라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기존 농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면서 농촌에서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려 한 것입니다.
이는 지방소멸 대응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곳으로 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함께 제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귀농인에게도 ‘정착할 이유’를 제공하다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져도 외부 인구가 지역에 들어와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에게는 농지를 구하고 농업기술을 익히는 것부터 주거와 생활환경을 마련하는 일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곡성군은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과 인센티브를 통해 이러한 초기 정착 부담을 낮추는 정책도 함께 추진했습니다.
단순히 전입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 생활을 시작하고 농업이나 새로운 사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곡성의 전략은 크게 세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외부 인구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는 소득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더하다
곡성군의 지방소멸 대응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책 실험입니다.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산업뿐 아니라 일정한 소득 기반도 중요합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계절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소득 변동이 발생할 수 있어 지역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곡성군은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통해 주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원하고 이를 지역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기본소득의 의미를 단순한 현금 지원에만 두기보다 주민의 생활 안정과 지역 내 소비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접근입니다.
소득과 산업을 따로 보지 않은 이유
기본소득과 산업정책은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주민의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일자리와 기업을 만드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방소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두 정책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역에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장의 생활을 지탱할 소득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경제활동과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곡성군의 접근은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민한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으로 지역 주민의 생활 기반을 보완하고, 드론 등 미래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기반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귀농·귀촌 지원을 더해 외부 인구가 지역에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했습니다.
즉,
소득 → 생활 안정
산업 → 일자리
귀농·귀촌 지원 → 인구 유입
이라는 서로 다른 정책을 하나의 지역 정착 전략으로 연결한 것입니다.
인구 증가, 정책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보다 흐름을 살펴야 한다
곡성군에서는 최근 인구 감소의 흐름을 완화하거나 인구가 증가하는 시기가 나타나는 등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인구 변화가 기본소득이나 드론산업 하나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역의 인구는 출생과 사망, 전입과 전출, 주거환경, 일자리, 귀농·귀촌, 주변 지역의 개발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곡성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정책 하나가 인구를 늘렸다는 결론보다는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소득·산업·정착 지원을 동시에 추진했다는 정책적 접근입니다.
특히 기본소득과 미래산업이 장기적인 인구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원사업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함께 실제 일자리 창출, 청년층 정착, 지역기업 성장 등 후속 효과를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촌의 미래는 ‘농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곡성의 사례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합니다.
농촌이라고 해서 반드시 농업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요?
곡성군은 농업이라는 기존 지역 기반 위에 드론이라는 새로운 기술산업을 접목하고, 귀농·귀촌 지원과 소득 정책을 함께 추진하면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촌을 단순히 ‘살기 좋은 곳’으로 홍보하는 것과는 다른 접근입니다.
살 수 있는 환경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함께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섯 지역이 보여준 다섯 가지 해법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지역의 출발점은 모두 달랐습니다.
경북 의성군은 청년 일자리·주거·보육을 연결했습니다.
전남 신안군은 재생에너지와 주민소득을 연결했습니다.
대구 중구는 원도심 재생과 주거·생활 인프라를 연결했습니다.
경남 함양군은 학교와 가족의 정착 조건을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전남 곡성군은 기본소득과 미래산업, 귀농·정착 지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특정 정책 하나에 모든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이 지역을 선택하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살 집이 있어야 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에서 소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산업과 성장 기회도 필요합니다.
결국 지방소멸 대응의 핵심은 사람을 지역으로 ‘데려오는 정책’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다음 6편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의성·신안·대구 중구·함양·곡성의 사례를 한데 모아,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 ‘사람이 머무는 지역을 만드는 조건’을 비교해 봅니다.
어떤 지역의 방식이 가장 낫다고 결론 내리기보다, 각 지역이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정책을 연결했으며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