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극복 기획 - 착한신문
지방소멸 극복 기획 - 착한신문

 

역사문화자산에 도시재생을 더하고, 주거·보육 인프라를 확충하다

도시의 인구가 줄어들면 가장 먼저 활기를 잃는 곳 가운데 하나가 원도심입니다. 상권이 쇠퇴하고 빈 공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외곽의 신도시와 새로운 주거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대구광역시 중구 역시 한때 대구의 중심지였지만 도심 공동화와 인구 감소를 겪었습니다. 중구는 이에 대응해 근대문화골목 등 원도심의 역사문화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과 함께 주거환경 개선, 보육·생활 인프라 확충을 추진해 왔습니다.

특히 관광객이 찾는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실제로 살아가는 도심’을 만드는 것에 정책의 범위를 넓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쇠퇴한 원도심, 지역의 역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다

대구 중구는 대구의 역사와 문화가 집중된 지역입니다. 근대문화골목을 비롯해 오래된 건축물과 골목길 등 다양한 역사문화자산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외연이 확장되고 새로운 주거지역이 형성되면서 기존 원도심의 인구와 생활 기능이 약화되는 도심 공동화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중구는 이러한 원도심의 특성을 없애기보다 지역이 가진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골목과 생활공간을 정비하고, 지역의 역사·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도심 환경을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이는 원도심을 신도시처럼 바꾸는 대신 기존 공간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관광객만이 아니라 ‘주민이 사는 공간’으로

도시재생이 지속적인 인구 정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방문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대구 중구가 도시재생과 함께 주거환경 개선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개발·재건축 등 주거환경 정비사업을 통해 노후 주거지역에 새로운 주거공간이 공급됐고, 생활환경도 함께 변화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주거단지의 공급은 젊은 세대와 신혼부부 등 중구에 거주하려는 가구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 기반을 넓히는 역할을 했습니다.

원도심의 문화적 매력에 현대적인 주거환경을 결합하는 것이 중구가 추진한 변화의 한 축이 된 셈입니다.

청년과 가족이 살려면 ‘보육’도 필요했다

주거공간만 늘린다고 젊은 세대의 정착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게는 어린이집과 교육시설, 의료·생활 편의시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반이 함께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구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주거환경과 생활환경을 함께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원도심 활성화를 단순한 건축이나 공간 정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정주환경의 문제로 바라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기존 주민을 위한 생활 지원과 일자리 정책도 병행하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세대와 기존 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구 감소 이후, 다시 인구가 늘어난 도심

이 같은 변화와 함께 대구 중구의 인구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중구의 인구는 장기간 감소세를 보이며 2021년에는 약 7만3천 명 수준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주거단지 입주와 인구 유입 등이 이어지면서 다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중구는 이후 인구 10만 명을 넘어서는 변화를 보이며 원도심 인구 회복 사례로 주목받았습니다.

다만 인구 증가를 특정 정책 하나의 결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규 주거단지 공급과 재개발·재건축, 도시재생, 보육·생활 인프라 확충, 주변 지역의 주거 수요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구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인구 10만 명을 회복했다’는 숫자보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의 여러 기능을 함께 바꾸어 왔다는 점에 있습니다.

원도심의 과제는 ‘사람이 늘어난 다음’에 있다

인구가 증가하면 새로운 과제도 생깁니다.

주거 인구가 늘어나면 교통과 주차, 학교와 보육시설, 의료와 생활편의시설 등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생활 인프라가 그에 맞게 확충돼야 합니다.

또 새롭게 유입된 주민과 오랜 기간 원도심을 지켜온 기존 주민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도 중요합니다.

원도심 재생의 목표가 단순히 건물과 거리를 새롭게 만드는 데 있다면 인구 증가 이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 찾아오는 도심’을 넘어 ‘사람이 계속 살아가는 도심’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구 중구가 보여준 또 하나의 지방소멸 대응 방식

의성의 이웃사촌시범마을이 청년에게 일자리와 주거, 보육의 기반을 제공해 농촌 정착을 지원한 사례라면, 대구 중구는 이미 사람이 살고 있던 원도심의 공간과 생활환경을 다시 바꾸는 방식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했습니다.

출발점은 달랐지만 두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인구를 늘리기 위한 하나의 지원사업에 집중하기보다 일자리·주거·생활환경처럼 사람이 지역을 선택할 때 필요한 조건을 함께 살펴봤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이 남습니다.

사람이 지역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주거뿐 아니라 그 지역에서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소득과 경제적 기회도 필요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자연자원을 주민의 소득으로 연결한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과 농어촌 기본소득 사례를 통해, 지역의 자원을 주민의 소득으로 연결하는 또 다른 지방소멸 대응 방식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