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과 햇빛이 주민 소득이 됐다…신안군 ‘햇빛연금’이 만든 섬의 변화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주민과 나누고,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확장…인구 감소 지역의 새로운 소득 모델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지역에 사람이 머물 이유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입니다.
전남 신안군은 그 답을 지역에 풍부한 자연자원에서 찾았습니다.
태양과 바람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을 도입하고, 이후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까지 연계하면서 지역 주민의 소득 기반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신안군의 사례는 단순히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지역 주민의 소득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인구가 줄던 섬에서 시작된 새로운 실험
신안군은 1,000개가 넘는 섬을 가진 대표적인 섬 지역이지만, 오랫동안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신안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구는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신안군 인구는 전년 대비 순증 179명, 2024년에는 136명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유인도 역시 77개에서 81개로 늘어났습니다. 신안군은 이를 햇빛연금 등 소득사업의 정책 효과와 연관된 변화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것만으로 지방소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감소하던 섬 지역 인구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은 신안군의 정책 실험을 살펴볼 이유가 됐습니다.
태양광 발전 수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다
신안군의 대표적인 정책은 ‘햇빛연금’입니다.
신안군은 2021년 전국 최초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신안군은 2025년 공개한 자료에서 햇빛연금을 통해 당시까지 주민들에게 총 247억 원이 지급됐으며, 약 1만6,341명이 혜택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당시 전체 군민의 약 43%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후 태양광뿐 아니라 해상풍력 발전과 연계한 ‘바람연금’으로 주민 소득 공유의 범위도 확대됐습니다.
2025년 9월 기준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지급 대상자는 1만8,997명으로 전체 신안군민의 약 49%까지 확대됐다고 신안군은 밝혔습니다.
즉, 신안군의 정책은 단순히 태양광 발전소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다시 돌려주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햇빛연금’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신안군의 소득정책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2025년 10월 신안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전국 69개 군 단위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7곳이 선정된 사업으로, 신안군은 기존의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경험을 활용해 지역재원창출형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햇빛연금과 농어촌 기본소득은 같은 제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햇빛연금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신안군의 자체 정책이고, 농어촌 기본소득은 정부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는 별도의 제도입니다.
신안군은 두 정책을 연계해 주민의 소득 기반을 확대하는 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 월 20만 원 상당 지역화폐 지급
신안군의 농어촌 기본소득은 2026년부터 실제 지급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신안군은 2026년 1월 신청을 받으면서 기본소득을 월 20만 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청 대상은 2025년 10월 31일 기준 신안군에 주소를 둔 주민을 기준으로 했으며, 2025년 10월 20일 이후 전입자는 별도의 실거주 확인 절차를 적용했습니다.
3월에는 3차 신청도 진행됐습니다. 신안군은 2025년 12월 31일까지 주민등록을 하고 실제 거주한 주민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으며, 기존 거주자와 신규 전입자에게 각각 다른 지급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따라서 기존 초고의 ‘월 15만 원’이라는 표현은 현재 신안군 지급액과 맞지 않습니다.
월 15만 원은 정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의 당초 기본적인 사업 설계와 관련된 금액이고, 신안군은 별도의 재원 등을 포함해 실제 지급 단계에서 월 20만 원 상당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구 3,600명 증가는 어떻게 봐야 할까
신안군 사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최근의 인구 증가입니다.
2025년 9월 말 신안군 주민등록 인구는 3만8,883명이었지만, 10월 31일에는 3만9,903명으로 한 달 만에 1,020명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증가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발표 이후 나타났습니다. 신안군은 기본소득 사업의 계획인구를 3만9,816명으로 잡았지만, 실제 인구가 이를 87명 초과하면서 사업비 범위 내에서 지급 대상을 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5년 신안군 인구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2026년 1월 보도된 통계에 따르면 신안군은 1년 사이 약 3,600명의 인구가 증가한 지역으로 소개됐습니다.
다만 이 증가분 전체를 햇빛연금이나 농어촌 기본소득의 효과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2025년 10월 이후의 급격한 전입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이 영향을 준 것으로 신안군과 지역 언론이 설명하고 있지만, 인구 변화에는 주거, 일자리, 귀촌·귀어, 행정정책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눈여겨볼 부분은 2023년부터 시작된 인구 증가 흐름 위에 2025년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정책이 더해졌다는 점입니다.
소득이 지역 안에서 다시 돌도록 만들다
신안군이 기대하는 효과는 단순히 주민 개인의 소득 증가에 그치지 않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주민이 받은 소득이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신안군 역시 기본소득과 함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을 확대하고, 지역 안에서 소비가 순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자리 잡으면 외부에서 들어온 지원금이 개인에게 전달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소비 → 지역 상점의 매출 →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햇빛연금과 바람연금은 지역의 자연자원에서 발생한 경제적 이익을 주민에게 공유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신안군이 추진하는 모델은 결국 “지역에 있는 자원을 어떻게 지역 주민의 소득으로 바꿀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아직 확인해야 할 것도 많다
물론 신안군의 인구 증가가 장기적인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특히 2025년 하반기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 이후 전입이 급증한 만큼, 이 가운데 실제 장기 거주로 이어지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본소득과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와 함께 지역 내 의료·교육·교통·주거 등 생활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신안군 역시 재생에너지 개발이익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를 마련하고, 기본소득과 복지·문화·교통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대응, ‘돈을 주는 정책’에서 ‘지역의 소득을 만드는 정책’으로
신안군의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얼마를 지원했느냐가 아닙니다.
햇빛과 바람이라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고, 그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과 연결하면서 주민의 정기적인 소득 기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에서 사람을 붙잡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주거뿐 아니라 “이곳에서 살아도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조건도 중요합니다.
신안군의 실험은 그 조건을 지역의 자연자원과 소득정책에서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지방소멸의 해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인구 증가가 지속되는지, 전입 주민이 실제로 정착하는지,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하는지를 장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바람과 햇빛이 만든 수익이 주민의 소득이 되고, 그 소득이 다시 지역 안에서 소비되는 것.
신안군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지역 안에서 돈이 돌고 사람이 머무는 구조’입니다.
지방소멸 극복 기획 6부작의 두 번째 사례는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지역에 있는 자원을 주민의 소득으로 바꾼다면, 사람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