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많은 지역이 인구 유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지역으로 불러오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일자리와 소득, 주거와 교육, 돌봄과 생활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사람은 오래 머물기 어렵습니다.
착한신문은 지방소멸을 극복한 사례를 찾아보고 사람이 지역을 선택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에서 무엇을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청년이 떠나는 농촌에서, 청년이 머무는 마을로…의성 ‘이웃사촌시범마을’의 실험
일자리·주거·보육을 묶어 청년 정착 기반을 만든 경북 의성군의 지방소멸 대응 사례
지방소멸 위기가 커지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청년 유입과 인구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자리 하나, 지원금 하나만으로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북 의성군 안계면에서 추진된 ‘이웃사촌시범마을’은 이 문제를 일자리와 주거, 보육·복지, 생활환경을 함께 갖추는 방식으로 풀어보려 한 사례입니다.
청년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과 창업 기회를 만들고, 머물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보육과 생활 인프라를 더해 ‘일하고, 살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2018년 시작된 이 사업은 의성 안계면을 중심으로 40여 개 사업을 연계해 추진됐으며, 2022년 기준 다양한 사업을 통해 160여 명의 청년이 유입됐고 이 가운데 102명이 의성으로 전입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인구 감소 지역에서 시작한 ‘청년 정착’ 실험
이웃사촌시범마을은 경상북도와 의성군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사업 기간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로, 의성군 안계면 일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업에는 일자리 창출, 주거 조성, 생활여건 개선, 공동체 활성화, 청년 유입 등이 포함됐습니다.
경북도는 당시 여러 사업을 따로 추진하기보다 사업 간 연계를 통해 효과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경북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40개 사업이 연계됐으며, 2022년 9월 기준 23개 사업이 완료되고 17개 사업이 추진 중이었습니다. 같은 시점 관련 사업을 통해 활동한 청년은 15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업의 핵심 질문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청년이 농촌에 와서 계속 살아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의성은 그 답을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여러 생활 조건의 결합에서 찾았습니다.
스마트팜과 창업으로 ‘일할 이유’를 만들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합니다.
이웃사촌시범마을에서는 스마트팜을 활용한 청년농부 육성과 함께 다양한 청년 창업 지원사업이 추진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팜 청년농부 육성입니다.
2021년 경북도는 도시 청년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사전교육과 창업실습훈련을 운영했습니다. 딸기 재배를 중심으로 작물 재배기술과 경영 등을 교육하고, 수료 이후 실제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2022년 경북도와 의성군이 발표한 성과를 보면 이웃사촌시범마을을 통해 스마트팜 청년농부 59명이 육성됐습니다. 또한 시범마을 일자리사업과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등을 통해 청년 CEO 48명이 유입됐습니다.
농업 외에도 청년들이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창업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수제맥주 공방과 음식점, 농산물 판매점 등 청년 창업 공간이 들어서면서 기존 농촌의 생활공간에 새로운 상업 활동도 나타났습니다. 경북도는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시작한 ‘애니콩’ 등을 이웃사촌시범마을의 청년 창업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160여 명 유입’과 ‘전입 102명’은 구분해야 한다
이웃사촌시범마을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숫자가 청년 160여 명입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모두 ‘이주 인구’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경북도와 의성군이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청년농부 59명과 청년 CEO 48명 등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을 통해 160여 명의 청년이 유입됐으며, 이 가운데 전입한 청년은 102명입니다.
즉, 사업 참여와 활동을 통해 지역에 들어온 청년과 실제 주소를 의성으로 옮긴 청년은 구분됩니다.
이 구분은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성과를 평가할 때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의 수뿐 아니라 실제로 지역에 전입하고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의성 사례에서 확인되는 102명의 전입은 적어도 일부 청년이 사업 참여를 실제 지역 정착으로 연결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일자리 다음에는 ‘살 곳’이 필요했다
청년이 지역에 일자리를 찾았다고 해서 정착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살 집이 필요하고, 가족이 있다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합니다.
이웃사촌시범마을은 처음부터 일자리·주거·복지를 함께 갖춘 청년마을을 목표로 했습니다. 경북도 자료에는 수요자 맞춤형 주거단지 조성과 함께 보육·교육·여가·의료 등 생활편의 시설 확충이 사업 내용으로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로 청년 주거 공간을 마련하고 생활 인프라를 확충했으며, 국공립 어린이집 등 보육 기반을 강화하는 정책도 함께 추진했습니다.
이 점에서 이웃사촌시범마을은 단순한 청년 일자리 사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청년이 지역에 들어오는 단계뿐 아니라 지역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조건까지 함께 설계하려 한 것입니다.
농촌에 청년의 새로운 생활공간도 생겼다
청년 유입은 인구 통계에만 나타나는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지역 안에 새로운 창업 공간과 상점이 생기면서 생활 풍경에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1년 당시 의성 안계면에는 수제맥주 공방 ‘호피홀리데이’, 유럽식 파스타 식당 ‘달빛레스토랑’, 농산물 판매점 ‘진팜’ 등이 문을 열면서 이른바 ‘안리단길’이라는 청년거리가 형성됐습니다.
반려동물 산업과 연계한 사업도 이어졌습니다.
경북도는 이웃사촌시범마을의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창업한 ‘애니콩’이 지역 펫푸드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청년 유입 정책의 효과를 인구 숫자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청년이 들어오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창업이 생기고,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는 지역 변화가 함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성의 경험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됐다
이웃사촌시범마을의 정책 실험은 의성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상북도는 의성 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2022년부터 영천시 금호읍과 영덕군 영해면에서 ‘이웃사촌마을’ 확산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경북도는 이를 의성 이웃사촌시범마을의 성과와 유용성을 바탕으로 한 농산어촌 활력 프로젝트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확산사업에서는 일자리 창출, 주거 확충, 생활여건 개선, 공동체 활성화, 청년 유입이라는 5대 활력 분야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확산사업은 의성의 사업을 그대로 복제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경북도 자료에 따르면 의성의 시범사업이 외부 유입 청년과 스마트팜·창업 등에 집중했다면, 확산사업은 지역 청년과 기존 주민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고 세대 융합과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보완됐습니다.
이는 한 지역에서 나온 정책 모델도 지역의 여건에 따라 달라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청년을 ‘데려오는 정책’에서 ‘살 수 있게 하는 정책’으로
의성 이웃사촌시범마을이 보여주는 특징은 청년에게 하나의 혜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 살 곳을 마련하고 → 아이를 키울 환경을 갖추고 → 지역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연결한 것입니다.
지방소멸 대응에서 인구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목표입니다.
하지만 전입만으로 정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청년이 지역에서 일하고, 주거를 마련하고, 가족과 생활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장기적인 정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의성의 이웃사촌시범마을은 바로 이 지점을 정책으로 묶어보려 한 사례입니다.
물론 102명의 전입이 장기적인 정착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사업을 통해 유입된 청년들이 이후에도 지역에 계속 머물고 있는지, 기존 주민과의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 등은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업을 지방소멸의 해결책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청년 정착을 위해 일자리와 주거, 생활환경을 함께 설계한 하나의 정책 실험으로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리고 이 실험은 다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청년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하는 것 외에, 지역에 계속 머물게 하는 또 다른 조건은 무엇일까.
다음 편에서는 그 답을 지역의 자연자원과 주민소득에서 찾은 전남 신안군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태양과 바람으로 만들어진 수익을 주민과 나누는 ‘햇빛연금’과 ‘바람연금’, 그리고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이어진 신안군의 정책 실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