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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학교나 집으로 걸어가는 길, 유난히 더위를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길 위를 걸을 때는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지만, 커다란 나무 아래에 들어서면 신기할 만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같은 도시, 같은 시간인데도 나무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흔히 나무를 공원이나 거리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나무는 단순히 도시를 예쁘게 꾸미는 장식물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는 뜨거워지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공기를 깨끗하게 하며, 다양한 생물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어 준다. 기후변화가 일상적인 문제가 된 지금, 도시의 나무는 우리의 생활과 환경을 지켜주는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최근 폭염이 심해지면서 ‘도시 열섬현상’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도시 열섬현상은 건물과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이 태양의 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면서 도시의 기온이 주변 지역보다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도심에는 자동차가 많이 다니고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자연적으로 열을 식혀 줄 공간이 부족하다. 낮 동안 뜨거워진 도로와 건물은 밤에도 열을 내놓기 때문에 더위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이런 도시에서 나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무는 잎을 통해 물을 공기 중으로 내보내는 증산작용을 하면서 주변의 열을 낮추고, 넓은 나뭇잎은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준다. 우리가 한여름 나무 아래에서 느끼는 시원함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나무가 만들어 내는 자연적인 냉각 효과와 관련이 있는 것이다.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시원한 그늘만이 아니다.

첫째,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놓으며 탄소를 저장한다. 기후변화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물론 나무 한 그루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많은 나무가 도시 곳곳에서 자란다면 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둘째, 나무는 도시의 공기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뭇잎과 가지는 공기 중의 일부 입자를 붙잡고, 도시의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동차와 건물에서 발생하는 각종 오염물질이 많은 도시에서 나무와 녹지는 자연적인 환경 정화 장치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셋째, 나무는 빗물을 저장하고 토양으로 스며들도록 돕는다.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포장된 도로에서는 빗물이 빠르게 흘러 배수시설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나무와 녹지가 있는 공간은 빗물의 흐름을 늦추고 일부를 토양으로 흡수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넷째, 나무는 도시 생태계의 중요한 보금자리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나무에는 새와 곤충, 작은 생물들이 살아간다. 꽃이 피는 나무는 벌과 나비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큰 나무의 가지와 잎은 새들에게 쉴 곳과 둥지를 마련해 준다. 나무를 지키는 것은 결국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생명도 함께 지키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무가 실제로 우리 주변 환경에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등하교시 학교 주변을 살펴보며 나무가 많은 장소와 나무가 거의 없는 장소를 비교해 보았다. 같은 시간에 두 장소의 기온과 습도를 측정하고, 햇빛의 양과 그늘의 정도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다.

비슷한 방법으로 운동장처럼 햇빛을 직접 받는 장소와 큰 나무가 있는 장소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를 통해서 학교 주변의 보도블록 위의 온도와 녹지가 있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조사는 환경문제를 단순히 책이나 인터넷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학교와 동네를 직접 관찰하면서 ‘환경’이 결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나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문제는 나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이다.

도시의 나무는 자동차와 건물 사이에서 살아간다. 나무 주변의 흙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덮이기도 하고, 뿌리가 자랄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지가 전선이나 건물에 닿는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도시의 나무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무조건 나무를 없애거나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보다 사람과 나무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오래된 나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묘목이 커다란 나무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그늘 아래에서 쉬고 있는 나무 역시 누군가가 심고 가꾸어 온 시간의 결과일 것이다.

 

환경을 보호하자고 하면 우리는 흔히 ‘나무를 많이 심자’고 생각한다. 물론 나무를 심는 것은 중요한 환경 실천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주변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지키는 것 역시 그만큼 중요하다.

학교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나무의 잎과 열매를 관찰하고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기록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무에 낙서를 하거나 가지를 꺾지 않고, 나무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작은 행동도 나무를 보호하는 방법이다.

학교에 녹지가 부족하다면 작은 화단이나 학교 숲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할 수도 있다. 교실에서 사용하는 종이를 아끼는 것도 간접적으로 숲을 보호하는 실천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무를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나무 역시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면 문제의 규모가 너무 커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일이 한 사람의 작은 행동만으로 가능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는 거대한 계획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학교에 가는 길에 만난 나무 한 그루를 잠시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그 나무가 만들어 준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혜택을 생각해 보는 것도 환경을 바라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나무 한 그루가 당장 기후변화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많은 나무가 모이면 도시의 풍경이 달라지고, 도시의 온도가 달라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오늘 당장 큰 나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뒤, 몇십 년 뒤 그 나무 아래에서 누군가가 더위를 피하고, 새가 둥지를 틀고, 우리가 뛰어 놀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작아 보이는 그 나무가 사실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지구를 지키는 아주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 길을 걷다가 만나는 나무 한 그루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자. 그리고 우리가 받은 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를 시작해 보자.

더 나은 도시와 더 건강한 지구는 어쩌면 나무 한 그루를 소중히 바라보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