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병원을 예약하려고 전화를 하니 휴대전화로 하라고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동네 주민센터에서 열린 스마트폰 교육 현장에서 한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건넨 말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스마트폰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다시 깨달았다. 디지털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모두가 같은 걸음으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특히 많은 어르신들은 일상 속에서 점점 더 커지는 ‘디지털 장벽’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은행 창구에서 직접 종이 통장으로 통장을 정리하고, 병원에서는 직접 번호표를 뽑아 접수표를 작성했으며, 기차표도 창구에서 구매하는 일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예약과 결제, 무인 안내기 사용, 전자출입명부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크게 늘었다. 디지털 서비스는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사용 방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불편함과 소외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실제로 지하철역이나 병원, 음식점에서 무인 주문기를 바라보며 한참을 망설이는 어르신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뒤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으면 더욱 당황해 주문을 포기하거나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버스 시간을 확인하거나 모바일 신분증을 사용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기계 사용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경제적 문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최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도 사용법을 배우지 못하면 활용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오래된 기기라도 누군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복지관에서는 스마트폰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보내기, 문자 작성, 길 찾기, 모바일 결제, 병원 예약, 공공서비스 이용 등 생활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을 진행하면서 어르신들의 자신감을 높이고 있다. 처음에는 전원 버튼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분들이 교육을 마친 뒤에는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고, 손주 사진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작은 배움이 삶의 만족감까지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걷다가 무인기기 사용을 어려워하는 어르신을 본다면 바쁘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도와드릴 수 있다. 버스 앱을 설치하거나 QR코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는 일도 큰 도움이 된다. 단 몇 분의 친절이 어려움을 겪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누구보다 청소년들도 디지털 나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학교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 드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일대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기기를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어르신들은 삶의 경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 속에서 세대 간의 벽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기술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더 자주 소통하고,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으며, 금융사기나 허위 정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을 키워 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디지털 역량은 이제 생활을 위한 새로운 기초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디지털 시대를 편리한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뒤처지게 만드는 기술은 완전한 기술이 아니다.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을 때 기술은 사람을 위한 도구가 된다.
어르신들의 디지털 생활을 돕는 일은 거창한 봉사가 아니다. 천천히 설명해 드리고, 여러 번 질문해도 웃으며 답해 드리며, 천천히 기다려 드리는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기기는 사람을 완벽하게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입장이 된다.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 무인기기가 익숙한 세대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새로운 기술 앞에서 낯설고 어려움을 느끼는 날이 찾아올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 어르신들이 겪고 있는 디지털의 어려움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다. 지금 어르신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도움과 친절한 설명, 그리고 잠시 기다려 주는 배려는 언젠가 미래의 우리 자신에게도 다시 돌아올 소중한 나눔이 될지 모른다. 오늘 우리 곁에서 실천하는 작은 친절과 따뜻한 관심이 모일 때 비로소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포용적인 디지털 사회가 완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