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기자단 김진 기자| 서평 : 공정하다는 착각

 

여러분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책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통해 보편적 정의의 의미에 대해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마이클 샌달 교수의 책입니다. 아마도 여러분도 샌달 교수가 하바드 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공개 질문을 하며 강의하던 영상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 영상을 보면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학생들의 열의에도 놀랐지만, 그 많은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에 대해 적절히 의미 부여를 하면서도 자신의 철학을 펼치는 교수님의 강의에 더 놀랐습니다. 그런 마이클 샌달 교수의 새 책이니 더욱 관심이 갈 수 밖에요. 게다가 이 책의 제목은 치열한 입시 경쟁을 코앞에 둔 고등학생으로서 크게 와 닿을 수 있는 주제입니다.

공정하다는 착각. 우리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물론 과거 조선시대에 비춰보면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그때보다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세상은 예전처럼 양반과 상놈이라는 계급적 차이는 없을지 몰라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의 빈부의 격차, 대학 교육 이상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교육 격차, 생활이 편리한 서울과, 농촌 산촌의 낙후된 인프라에 따른 지역 격차 등이 존재합니다. 왜 우리는 이런 격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걸까요?

먼저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법을 지키며 돈을 버는 것에 대해 권장하고 있고, 그렇게 부를 축적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내가 똑똑하지 못해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고 포기하고 살아야 할까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능력주의’ (metiocracy)에 대해 그것이 정말 공정하다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앞서 말한 ‘정의’를 많은 대중이 인정하는 공정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샌달 교수는 능력주의가 정의롭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분은 흙수저니 금수저니 하는 말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돈이 많으면 개인의 능력과 상관없이 부모의 재력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됩니다. 현재 강남 8학군이라고 불리는 곳의 학생들은 지역 학생들보다 좀 더 나은 교육적 환경에 있습니다. 그들은 부모의 재력뿐만 아니라 길만 건너면 늘어서 있는 사교육 시장에서 좀 더 쉽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기반이 잘 닦여져 있는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좋은 입시 성적이 단순히 자신의 개인적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런 능력주의가 단지 개인의 차원에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미국 사회에서 구시대의 악습으로 여겨졌던 인종차별, 여성, 난민에 대한 차별 등을 공개적으로 외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코로나 19의 판데믹 속에서 인종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하는 극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샌달교수는 바로 이 ‘능력주의’의 폐해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아메리칸 드림’은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십년 동안 부와 결탁한 학력주의는 소수의 엘리트만을 양산해 왔고, 이들 엘리트들은 자신의 능력을 한껏 강조한 나머지 불운한 사람들에 대해 냉소적이고 이들의 불행은 개인적 책임일 뿐이라며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인구의 4분의 3이나 되는 대학 학위를 갖지 못한 사람들 또한 패배주의에 빠지게 되고 한때 자신들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했던 흑인이나 아시아등의 다른 인종이나 여성, 난민 등에 대한 우월감이 사라지게 되자 오히려 이들을 적대시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대중의 박탈감을 읽지 못한 소수 엘리트들은 ‘너희들도 나처럼 열심히 노력하면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공허한 말을 외치면서 뒤로는 대중이 올라 올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고 자신들만의 꽁꽁 닫힌 능력주의 성을 구축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샌달 교수는 이러한 능력주의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지나친 학력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의 제안이 다소 과격하지만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학에 지원한 학생 중 정말 자격이 안 되는 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뽑는 것이 정당하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할 때 명문대라는 타이틀도 없어질 것이고 대학의 합격, 불합격이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다는 것입니다. 과거 그리스의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의 시초라고 하는데, 그때도 그리스 시민들 중 추첨으로 대표를 뽑아 교대로 나라를 통치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당장 수능 시험을 없애고 대학을 추첨으로 가자고 한다면 아마도 전국민이 반대하고 나설 것입니다. 저는 하바드라고하는 최고의 명문대학에서 강연하고 있는 마이클 샌달 교수가 이렇게 막무가내식 해법을 내놓은 것에 대해 놀랐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저희 학급에서 자리배치를 하면서 앉고 싶은 자리를 먼저 써서 제출해 1,2 지망 일람표를 만들고 그것을 적절히 배치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고안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냥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하길 원했습니다. 무작위로 자리배치를 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1지망 2지망으로 자리를 정하자면 공부에 관심 많은 학생들은 앞자리에 앉길 원할 것이고, 그렇치 않은 학생들은 선생님과 먼 뒷자리를 선호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앞자리 아이들은 계속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그들끼리 모여 앉아 공부하면서 성적에 따라 학급이 나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급 회장으로서 가위바위보를 선생님께 제안했고, 선생님이 조금 황당해 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 제 행동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 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우리는 능력주의를 통해 사회적 계층 이동성을 틀어막지 말고 민주주의적 연대와 겸손함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특히 판데믹 시대에 세계적 연대는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노동의 존엄성’입니다. 경제를 ‘금융’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능력주의의 폐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고, 직업의 귀천을 넘어 노동 자체에 대한 존경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전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점점 노동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저는 비록 능력주의의 나쁜 예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그것도 남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은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아는 평범한 우리 모두라는 것을 명심하고 단지 성공과 부를 추구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겸손한 인간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공정하다는 착각’에 대한 서평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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