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모두가 건강한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건강한 사회는 일반 사람들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의 한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료기술의 발달을 생각하겠지만 이 책은 이 문제를 집단의 문제, 사회적 문제로 접근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질병은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각각 아픈 부위가 다 다른 것처럼 전염성이 있는 질병을 제외하고는 각 사람의 질병은 그 주위 사람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여러 통계자료와 연구 결과를 이용하여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이러한 문제는 의료기술만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1) 객관적인 자료는 마음이 아픈 사람이 몸도 아픔을 말해준다.
이 책에서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금연율 비교,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는 곳과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의 에이즈 환자의 평균 수명 비교 등 여러 연구 결과가 들어있었다. 많은 연구 결과 중 이야기해 볼 연구 결과는 학교폭력, 직장 내 차별 등을 겪은 사람들이 더 많이 아프다는 연구 내용이다. 직접적인 신체적 폭력으로 인한 상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질병들에 노출된 적이 더 많았다고 나와 있다. 차별, 폭력과 같은 것은 정신건강 외에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행한 것이 아니라면, 다른 질병의 여부는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고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 문제가 개개인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음의 병과 신체적인 병은 무관하다고 생각하지만, 객관적인 자료는 오히려 마음이 아픈 사람이 몸도 더 아픔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부분을 통해 더 이상 어딘가가 아픈 사람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사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주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우선적으로 개선 시키고, 바꿔나가야 할 것은 의료기술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상처를 주는 사회적 분위기일 것이다.
(2)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로세토 마을’이 건강한 이유
이 책에서는 ‘로세토 마을’이 소개된다. 로세토 마을은 1960년대 정도에 미국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이 로세토 마을에서는 유난히도 심장병 환자가 적게 발생한다고 했다. 심장병을 일으키는 술 담배를 눈에 띄게 적게 하지도, 비만인 사람들이 매우 적지도 않고, 인근 지역과 별다를 것이 없는 이 로세토 마을에서 심장병이 적게 발생하는 이유는 이 마을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있었다. 모두가 삶을 즐겼고, 부유한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그것들을 과시하려고 하지 않아 계층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했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갔다. 이러한 생활양식은 인근 지역과 달리 심장병 발병률은 낮추는데 일조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의료기술이 특별히 발달하지도 사람들이 유난히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것 하나만으로 더 건강했던 이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우리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비난하고 나와 조금 다른 사람들을 차별하며 살고 있다. 또한 학교, 직장 등 어디를 가나 경쟁이 심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차별과 폭력을 겪은 사람이 더 아프고, 소수자들이 더 힘든 것으로 보아 우리 사회는 이러한 질병들을 더 키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되도록 빨리 사라져야 한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줄 거라는 확신’ 이것은 이 책의 한 소제목이다. 한 문장이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볼 만한 내용들을 잘 담은 문장이 아닐까 싶다. 점점 우리는 내가 속한 공동체가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닌 보호해주고 도와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지는 시기로 나아가고 있다. 피해자, 약자, 소수자 등 예외 없이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가 꼭 국가, 그 지역과 같이 누구나 알만한, 큰 공동체가 아니어도 좋다. 소규모 공동체라도 그곳에 속한 사람들이 저러한 확신을 가질 수 있고, 그 공동체가 점차 늘어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